[시론] 제2의 '개 구충제' 사태 막으려면...

건강의학 정보 인포데믹 방지대책 시급
전문가 중심으로 팩트체크 위원회 추진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승인 2022.11.12 10:16 의견 0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11월18일은 ‘약의 날’이다. 약의 날은 의약품의 중요성을 알리고,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개 구충제를 사람이 먹는다고 하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났다.

2019년 9월 폐암 말기 환자 개그맨 김철민씨는 암 치료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복용하였다. 해당 뉴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붙듯이 퍼져나갔고, 이에 암 환자들이 펜벤다졸을 복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 나갔다. 하지만, 이를 확인해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 집단은 없었고, 약 한 달 후에야 대한암학회가 펜벤다졸 복용을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1년 뒤, 김철민씨는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펜벤다졸이 간에 무리를 주었다며 복용한 것을 후회했고 결국 사망했다.

이렇게 허위 정보가 전염병과 같이 급속도로 퍼지는 현상을 인포데믹(정보+전염병)이라고 한다. 이는 허위 정보가 전염병만큼 위험하며 빠르게 확산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허위 정보는 특히 불확실성이 크고 해당 정보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일수록 더욱더 빠르게 유통된다.

펜벤다졸 복용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다른 맞춤형 치료를 할 기회를 놓치게 했다. 이와 같은 사태는 정부, 관계 기관, 학계의 선제 대응이 미흡하여 그 파장이 더욱 커졌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한 허위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이 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펜벤다졸 사태의 경우, 해당 기관들의 허위 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관리나 지원이 부족했다. 이제는 이러한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거짓 건강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과학적 근거가 없는 허위 정보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발 빠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의료인은 임상 또는 진료 현장에서 실제 환자들이 언급하는 근거 없는 정보들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제보해야 한다. 이들은 환자들과 가장 인접한 곳에서 반응을 볼 수 있으므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환자들의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의료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둘째, 환자와 의료인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뢰관계가 잘 조성되어야 가짜뉴스로부터 환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국립암센터 암 정복 포럼에서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완·대체요법을 사용한 암 환자의 58%가 담당 의사나 간호사에게 보완·대체요법을 상담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국민이 의료인의 조언을 믿지 않고, 떠도는 비전문가의 말을 신뢰하는 사회라면 바람직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건강상 위해가 예상되는 허위 정보를 팩트체킹(사실확인)하는 국가적 차원의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미국은 국립보건원 보완·대체의학센터에서 보완·대체요법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처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선제 모니터링을 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준비하면 제2의 펜벤다졸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립암센터 국가암정보센터는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집단과 ‘팩트체크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곳에서 그간 의료인들의 신고로 들어온 허위정보의 사실을 확인한 후, 언론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앞으로의 가짜뉴스에 더욱더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민도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결정을 할 때는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글=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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